“바람핀 여자친구가 편지와 돈봉투를 남기고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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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여자가 다른 남자랑 잔걸 알게 된 3월 2일, 그 날의 회고.

다른 남자와 잔 입술과 몸으로 보고싶다 말하며 내품에 안기면 어떤 느낌일까?

그걸 알게 된 난 며칠내내 역겹고 토가 나와. 배신감과 내 수치심에 죽으려고 마음도 먹었어. 그래서 그 날의 상세는 왜곡되기전에 이렇게 어딘가엔 보관이 되어야만하기에 글을 적어.

300일가량 만났고, 쾌활한 성격에 가치관이 참 바른 사람.아이처럼 웃는게 예뻤어. 그 사람 옆에 붙어만 있어도 행복했고 빨리 결혼하고 싶단 마음뿐이었지 그 날 이전엔.

사건의 개요는 그래. 연휴근무가 끝나고 침대에 자고 있는데 약속시간보다 빨리 찾아온 그사람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머리 많이길었네’하는 다정한 소리에 잠에서 깼어.

인스타그램에 여행가기로한 곳 글에 좋아요한걸 보여준다길래 옆에서 봤어. 근데 그러다 못볼껄 본거야.

평소 여자친구 핸드폰 안보거든 나. 근데 카톡목록에 있는 남자 메시지를 봐버린거지.

‘잘자요ᄒᄒ’ 별거 아닌 내용인데 뭔가 촉이라고 해야될까? 그런게 왔던거 같아.

처음엔 회사동료랑 술먹다가 알게된 업계사람이라하더라고. 근데 이상하잖아 연휴에 저렇게 연락한다는게. 그래서 내가 보여달라했지. 웃으며 의심하지말래.

안보여주면 의심할거같으니 보여달라했어. 인상이 굳으며 보면 오해할꺼래. 보고 적정선에선 오해안한다했지.

근데 갑자기 자기 의심하는거 기분엄청나쁘다하더라고? 나는 얘 환경이 사람 많이 만나는 직업이어도, 의심 그런거 한번도 안해봤거든. 전화안될때 걱정되서 한 번 했었나? 그냥 이사람은 그런 일이랑 거리가 멀꺼라 생각했어.

항상 올바른 행동이랑 올바른 얘기만 했었거든.아무튼. 결국 핸드폰 열고 봤어. 그런데 바로 벗어둔 양말부터 신더라고.

뭐지?하면서 그사람 카톡을 열어봤는데. 그냥 썸타는 사이에 나눈 카톡들이더라구. 나한테 ‘웅’, ‘응’ 단답하던 카톡들과는 달리 많은 내용들과 이모티콘. 대충 12월꺼까지 봤으니까 근 세달 넘게 나눴던 카톡들.

그중에서도 내가 충격받고 지금도 잠못자는 이유는 세가진데.

첫째는 그 남자가 ‘남자친구 있으면 만나면 안돼요?’ 했던 말과 그 대답에 ‘왜자꾸 그러세요. 탐나게’ 했던 그 여자의 말.

둘째는 집 위치가 어디냐는 말에 평소에 엄마가 위험하다고 남자친구한테도 알려주면 안된다던 집을 순순히 말하던 그 여자의 카톡.

마지막으론 2월 1일 새벽 4시 30분경 ‘잘자고 있어서 먼저나가요ᄒᄒ’란 그 남자의 카톡. 여자의 변명은 집앞에서 대화하다가 방에
불이꺼져서 자는줄 알고 그렇게 보낸거래.

내가 이제와선 병신이었던걸 알지만, 그래도 끝까지 병신취급을 하니까 화가 너무나더라고.

그러면서 ‘끝난거지? 끝난거잖아’하면서 되려 성질을 내길래 그냥 나가라했어.

근데 생각해보니까 그 남자얘기도 들어봐야될거아니야 남자친구있는거 알면서 만나자한건 무슨 생각이었냐고.

다시 와달라했어. 그 사이에 카톡은 다 지워놨더라고. 그 남자한테 전화하라했지. 근데 수화기너머로 그남자가 다정하게 그여자 이름
부를까봐 그냥 내폰으로 했어.

여자가 욕하진 말아달라면서 리멤버를 키더니 그사람 번호를 보여줘.

화가나서 떨리는 손이랑 목소리로 전화를 했어. 나 누구 남자친구인데 누구 맞냐. 남자친구 있는거 알면서 왜그랬냐. 두마디하니까 ‘저랑 할 말이
아닌거 같은데요.’ 하고 끊고 차단하더라.

여자애한테 다시 걸라했는데 여자꺼도 안받더라고.

다시 물었어. 내가 뭘잘못했냐고. 뭘잘못해서 그랬냐고 두 번 물었어.

이해가 안갔거든. 나는 정말 내가 해왔던 연애중에 가장 최선을 다했거든. 그러니까 나 만나기 전부터 알았던 사람이고 그땐
그 오빠한테 여자친구가 있었대. 거기서 말을 끊었어했는데.그 오빠가 좋다는거야.

미안하다는 말 그런말이 아니라. 그 오빠가 좋다는거야. 더는 못듣겠어서 나가라했어.

그간 이상했던 점들이 퍼즐이 맞춰지더라고. 주중에 잦아진 술자리, 약속장소는 전부 을지로. 없어진 체취와 바뀐 샴푸향. 갑자기 살찐거같다며 시작한 운동. 안하던 피아노 연습실을 다니고, 평소완 달리 같이가자고 물어보지않는 클래식 공연 검색. 너네집 바뀌어있던 내칫솔.

누구누구 언니가 갑자기 와서 나가본다던 저녁들은 다 그 남자와 있었고, 피아노 연습도 그남자랑 갔던거였더라고. 심지어 나랑 헤어진 그전날도. 얼마나 오래 바람핀건지 감도안와서 어디부터가 거짓이였을까 그게 가장힘드네.

다음날 잠 한숨 못자고 담배피려고 나가보니 문앞에 작은 쇼핑백안에 편지와 돈봉투가 걸려있더라고. 자기합리화뿐인 내용들, 가식으로 가득찬 편지와 돈 봉투에 담긴 백만원. 무슨 의미일까.

돌려줘야하는데. 돌려주러가는 길이 한 때 내가 가장 좋아했던 그 길이 이젠 무서워서 돌려주질 못하고 있어.

그냥 이제 다 무섭다. 하나같이 무서워.